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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231127. SSAFY 10기, 1학기 과정을 마치며

코릴라입니다 2023. 11. 2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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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 목적보다 개인 회고에 대한 게시글입니다


2023년 5월, SSAFY 비전공 JAVA반 지원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무작정 개발공부에 뛰어들기 위해 SSAFY에 지원하였고, 이왕 할 거면 JAVA를 공부하라는 말에 비전공 JAVA반에 지원했고, 입과했다.

 
 남들 따라 대학 가고, 남들 따라 공부하고, 남들 따라 취업해 밤낮없이 평일이고 주말이고 회사에서 필요로 하면 정말 열심히 일해왔지만, 정작 중요한 걸 놓쳤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난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지? 막 재미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이긴 한가? 그 이전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걸 가져본 적은 있었나?
 
 어렸을 적부터 난 혼자서 모든 걸 하고 싶어 하곤 했다. 남들과 협업해 어떤 하나를 만들기보단, 내가 이것저것 다 잘해서 나 혼자 만들어볼 거야! 하는 마음이 강했었다. 근데 막연한 꿈이란 게 그렇듯, 제대로 노력이란 건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이 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완성해 본 것이 없다.
 
 음악이 하고 싶어 기타를 공부했다. 피아노를 공부했다. 노래를 공부했다. 화성학을 공부했다. 얼마나 깊이 있게 공부했냐 묻는다면, 지금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답하고 싶다. 그냥 내가 연주하고 싶은 만큼만, 내가 부를 수 있는 만큼만 공부했고, 만족했다. 항상 만족하고 하던 것만 하다 보니 발전이 있을 리 없다. 한 곡도 써보지 못하고 그냥 그런 실력으로 남아있다.


 그림이 그리고 싶어 그림을 배웠다. 집에서 홀로 몇 가지 그림을 뚝딱 그려보긴 했지만, 지금 보면 웃음만 나오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뿌듯했었는지 내 방 한켠에 그 그림들이 아직도 걸려있다.


 불현듯 친구가 재밌으니까 파이썬을 공부해 보라고 했던 것이 떠올라 파이썬을 공부했다. 좀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학과에서 파이썬을 주로 이용할 분야가 있어 연구실도 들어갔었다. 근데 결국 근본은 화학이다 보니 당연히 화학을 연구해야 했다. 사실 대학에서 전공했던 두 과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에 그 길로 연구실도 떠나왔다.


 학점과 맞바꾼 기사 자격증 2개를 가지고 졸업했다. 대학시절 아무것도 일궈놓은 게 없어 사기업은 힘들거라 생각했고, 공기업을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생각이다. 공기업 필기시험과목을 준비하다 보니, 똑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는 공무원 시험이 있더라. 그래서 3개월간 공부하고 공무원 시험도 쳐봤다. 근데 나는 천재가 아닌걸. 물론 살면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기가 이때였던 것 같다. 앉아서 한 시간을 제대로 못 앉아있었는데, 그래도 졸업하고 살길이 막막해지다 보니 간절하긴 했다보다. 당연히 낙방하고 맘은 점점 더 불안해져 갔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며, 이 자격증 가지고 써먹을 수 있는 사기업들에도 지원하기 시작했고 나름 괜찮은 회사에 붙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살아왔는데 참 감지덕지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얼마 안 가 퇴사했지만, 이 회사에 들어가 본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경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많은 걸 배웠고 느꼈다.


 어딜 가도 일을 대충 하는 편은 아니었다. 군대에서도 그랬고 잘은 못해도 열심히는 했다. 회사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단지 내가 용납하기 힘들었던 건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업무를 빵꾸내고, 질책당하고, 그럼에도 너 지금 신입사원 치고 되게 잘하고 있다는 주변의 말에 다시 힘내보고. 하루종일 마음에 소용돌이가 쳤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공학적인 지식이 아예 없었지만, 그래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공부해야 했고, 전임자가 작성했던 자료들을 살펴보며 공부했다.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배웠던 그 설비가 저 설비구나, 그게 이거였구나. 느끼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나 싶었지만 곧 한계를 맞이했다.


 10년, 20년.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내가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다면 난 행복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싶었다. 언젠가 부터 그런 마음이 생기면서 퇴근 후에는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니티/C#도 공부해보고, HTML/CSS/JS도 공부해봤다. 민망한 수준이였지만 그래도 그때는 재밌었다. 단지 이 재미가 초심자였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이 아니였으니까 당연히 재밌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해봐야겠다 싶었다. 다른 분야로 새로 발길을 딛는게 조금 두려웠지만, 주변의 눈초리도 무서웠지만 해봐야겠다 싶더라. 난 한번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제대로 해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기에 내 자신에게 이번만은 제발 해낼 수 있도록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 SSAFY 10기 지원 공고를 확인했고 지원했다. 서류 결과를 확인도 채 하지 않고 곧바로 퇴사했다.


2023년 7월, SSAFY 비전공 JAVA반 입과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으로 지원하자마자 퇴사했는지 싶다. SSAFY에 붙어서 다행이었지 참 무모했다. 어찌 됐든 입과 후 JAVA를 배우기 시작했다. SSAFY에 지원하고 합격 발표가 나기까지, 미리 시중에 도는 JAVA 강의를 한 번 훑어봤었다. 이때는 뭐라는 지 몰랐는데 SSAFY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그래도 조금은 더 익숙하게 들렸다. 그래서 복습하고도 시간이 남았고, 일찍이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무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 기대되고 재밌었다. 이런 마음을 학창 시절에나 가져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조금은 있었지만, 지금은 후회할 시간에 하루하루 무언가로 채워나가야 할 마음이 급했다. 나는 주변의 만류에도 뛰어들어 왔고, 그래서 증명했어야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조금 더 많이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잠이 참 많은 편인데도 새벽까지 공부해 나갔고, 그러다 보니 주변의 교육생들에게도 질문을 받고 답해주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있더라. 참 신기했다. 나 같은 사람도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 것 같다. 어딜 가던 환경이 중요한데,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런 부분이 SSAFY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2023년 11월, SSAFY 비전공 JAVA반 1학기 종료

 11월 말까지 미친 듯 달려왔다. 제대로 놀러 가고 쉬어본 게 언제인가 싶지만, 솔직히 나는 나쁘지 않았다. 한 때 게임에 미쳐있었지만, 지금은 게임보다 개발 공부가 재밌더라. 그 재밌는 걸 쉴 새 없이 해왔을 뿐이니 딱히 지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은 느낌도 들기는 한다. 특히 알고리즘 문제풀이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번의 코딩테스트에 연달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지칠 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를 믿자.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간 좋은 자리에서 멋진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아닐 거니까 너무 조급해하진 말자. 그래도 언젠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니까.


 전공자가 아니기에 전공자 입장에서의 SSAFY 교육이 가지는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개발을 처음 접하는 비전공자 입장에서 SSAFY는 정말,, 대단한 과정인 것 같다. 물론 그렇게까지 대단한 거야? 싶을 수도 있겠지만, 개발 공부는 하고 싶은데 나처럼 어떤 걸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과정인 것 같다. SSAFY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 독학해 왔다면, 길을 잃었을 것 같다. 이것도 공부해 보고 저것도 공부해 보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 적어도 이런 상태에 빠지진 않았으니 성공적인 1학기를 마친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 나아가야 할지 확신도 생겼다.
 앞으로 반년 더 남았지만 지치지 말자. 그리고 안주하지 말자. 증명해 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정진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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